사람과의 관계맺기는 언제나 쉬운 듯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.
정답이란 결코 있을 수 없고,
매번 관계맺기 과정을 통해
그저 하나하나 배워 나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.
사람은 평생 동안 깨닫고 배워 나가는 존재인 것이지요.
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시를 한 편 올려 볼까 합니다.
저처럼 사람과의 관계맺기에 서툰,
그런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.
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
_박라연
나,
이런 길을 만날 수 있다면
이 길을 손 잡고 가고 싶은 사람이 있네
먼지 한 톨 소음 한 점 없어 보이는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도 그도 정갈한 영혼을 지닐 것 같아
이 길을 오고 가는 사람들처럼
이 길을 오고 가는 자동차의 탄력처럼
나 아직도 갈 곳이 있고 가서 씨 뿌릴 여유가 있어
튀어오르거나 스며들 힘과 여운이 있어
나 이 길을 따라 쭈욱 가서
이 길의 첫 무늬가 보일락말락한
그렇게 아득한 끄트머리쯤의 집을 세내어 살고 싶네
아직은 낯이 설어
수십 번 손바닥을 오므리고 펴는 사이
수십 번 눈을 감았다가 뜨는 사이
그 집의 뒤켠엔 나무가 있고 새가 있고 꽃이 있네
절망이 사철 내내 내 몸을 적셔도
햇살을 아끼어 잎을 틔우고
뼈만 남은 내 마음에 다시 살이 오르면
그 마음 둥글게 말아 둥그런 얼굴 하나 빚겠네
그 건너편에 물론 강물이 흐르네.
그 강물 속 깊고 깊은 곳에 내 말 한마디
이 집에 세들어 사는 동안만이라도
나... 처음... 사랑할... 때... 처럼... 그렇게......
내 말은 말이 되지 못하고 흘러가버리면
내가 내 몸을 폭풍처럼 흔들면서
내가 나를 가루처럼 흩어지게 하면서
나,
그 한마디 말이 되어보겠네